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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영성
SCAntioch  2009-09-17 18:21:31, 조회 : 1,292, 추천 : 133

설거지 영성(설거지 하는 목사)                                     추 영욱 목사

저는 어릴 적 특별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것은 제가 무엇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손자를 지극히도 사랑하시는 저의 할머님의 교육 방법 때문이었습니다.
“얘야, 사내 대장부는 부엌에 들어가는 게 아니란다. 너는 자주 부엌에 들어가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여자들을 시키도록 하여라.”고 하시던 할머님으로부터 저는 어릴 적부터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이라는 철저한 세뇌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제 아내도 시집을 와서 한 참 동안은 “손부야,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다.”
라는 교육을 계속 받아야만 했습니다.

제가 오늘 설거지 영성 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글을 쓰게 된 것은 하늘나라에 계실 저의 할머님이 아시면 매우 섭섭해 하실 일을 제가 지금하고 있는데 이 설거지를 통하여 정말 좋은 영적 교훈을 얻은바 있어서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부목사 시절 같은 교회에 신학교 동기 목사님과 앞 뒷집 사택에서 함께 사역을 할 때 였었는데, 어느 이른 초봄 월요일 오후에 그 목사님은 겨울네네 덮었던 밍크 담요를 집에서 빨개 되었는데 밍크 담요가 물을 먹으면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목사님은 큰 플라스틱 통에 넣고 세제를 풀어 통 안에 들어가 발로 밟으며 담요를 빨고 있었는데 같은 교구 권사님이 다음날 심방할 일 때문에 의논하려 오셨다가 목사님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열심히 빨래를 밟으시는 모습을 보고 나가셔서 나중에 “사모님은 뮈하시는데 목사님이 빨래를 하고 있느냐”고 말이 말을 만들어 당회에까지 올라 왔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설거지 잘하는 목사라는 제목의 글이 나가면 교회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말씀 드리는데 설거지는 아주 좋은 것입니다.
먼저는 금년 우리 안디옥 교회 비전 2020의 실천 사항 중에 하루 20분 이상 봉사하기가 있는데 사실 하루 매일 20분씩 봉사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도우면 가능합니다.

설거지를 도우면서 설거지는 영성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개인 영성을 위하여 우리 안디옥 모든 남자교우님들에게 설거지를 강력히 권장해 드립니다. 제가 요즘 가끔씩 해보는데 생각보다 참 좋습니다.
설거지는 결코 여자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남자들이 해서 너무 좋은 일입니다.
하면서 은혜 받고, 하고 나면 아내들이 너무 너무 고마워 해서 좋고, 집안이 깨끗해 져서 좋고, 병균이 안 생기니 좋고….. 등등 일거 오득입니다.
(그런데 몇 해 전 만해도 집사람이 제가 조금 도와줄려고 하면 "당신은 들어가서 책이나 읽으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무말없이 고마워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쓸고 닦던 건강이 많이 부친다는 것을 알게 되는군요)

저는 설거지를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설거지 할 그릇들은 대개 더럽습니다.
주님, 제 마음도 이렇게 더러울 때가 있겠지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주님의 보혈로 저의 더러운 마음을 깨끗이 씻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주인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게 하옵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설거지 영성입니다.

물을 쓰면서 감사합니다.
주님, 금년 들어 이곳은 비가 없어서 너무 메마른데 이렇게 물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주님 이 땅에 비를 주옵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물을 최대한 아끼려고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이제는 물을 적게 쓰는 설거지 방법을 많이 터득했습니다.

한국 신학대학의 정태기 교수님은 설거지를 얼마나 잘 하시는지 어디 외출했다 들어 올 때 설거지 꺼리가 많이 쌓여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고 하는 글을 읽었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는 못되지만 설거지는 참 좋습니다.

오늘도 설거지 하면서 이렇게 기도 드려봅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안디옥 가족들의 마음을 깨끗이 닦는데 열심을 하겠습니다. 우리 안디옥 교우들의 마음들이 모두 깨끗해서 주님께서 기뻐하시고 주님께서 사용하시기에 귀한 그릇들이 되게 해 주옵소서!”
설거지 시간은 저의 기도 시간이며 저의 영성의 실습장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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